시작하며
제가 처음으로 참가했던 해외 컨퍼런스는 대만의 COSCUP 2025였습니다. 그 때 COSCUP과 유사하지만 훨씬 규모가 큰 FOSDEM이라는 행사가 벨기에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당시 저는 "대만도 겨우겨우 왔는데, 유럽은 언제쯤이나 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차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고작 반 년만에 제가 유럽을 오게 될 줄은 감히 상상치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저를 한국으로부터 머나먼 유럽까지 인도해 주신 문성준 님과 최경건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통편
FOSDEM이 매년 개최되는 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 줄여서 ULB는 벨기에 브뤼셀 시가지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교외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내에 비해 조용하고 치안 문제도 다소 덜하다는 이점은 있으나, 근처에 숙소가 마땅치 않다는 크나큰 단점 또한 있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시가지에 숙소를 잡고, 아침에 8번 트램이나 71번 버스를 통해 행사장까지 이동합니다. 저희 일행 또한 트램을 통해 숙소에서 행사장까지 이동했습니다. 행사일에 버스와 트램 둘 다 미어터지는 것은 똑같으나, 버스보다는 트램이 기본적으로 한 대에 더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어 그나마 편해 보였습니다.
식사
FOSDEM은 유럽권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찾는 행사인 만큼 8,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자랑합니다. 현장에 푸드트럭이 10대 가량 마련되어 있고, 줄 설 공간도 충분히 나오기는 하지만, 만약 차후 FOSDEM을 참석하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점심을 미리 싸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일행은 케밥 하나 시키는 데 1시간 동안 줄을 섰고, 저희보다 늦게 오신 어떤 분께서는 2시간 동안 줄만 서기도 했습니다.
그에 반해 음료수나 커피, 맥주와 같은 마실거리는 충실하게 갖추어져 있어 길게 줄을 서지 않고도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Club Mate나 FOSDEM 특선 맥주를 비롯해 다양한 마실거리를 팔고 있으며, 앉아서 마시거나 노트북을 꺼내 작업할 수도 있는 공간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FOSDEM 맥주는 도수 6.3%의 페일 에일로, 고도수의 맥주로 유명한 벨기에의 명성에는 약간 못 미치는 도수였으나 타국에서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깊은 인상을 남길 정도는 되어 보였습니다.
시스템
FOSDEM에는 (일부 방을 제외하면) 한 커뮤니티에 방 하나를 주고, 모든 권한을 일임하는 Devroom이라는 체계가 있습니다. 동영상 촬영을 제외하고 입장 인원 통제, 발표 시작 및 종료 관리, 질의응답 등을 전부 FOSDEM 본부가 아닌 해당 커뮤니티에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행사 스태프와 마찬가지로 Devroom 관리진들에게도 별도의 유니폼이 주어지며, 위 사진에서도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해당 Devroom의 관리진이 맨 앞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8,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FOSDEM답게 인기 있는 강연은 정원이 다 차서 현장에서 못 듣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입장 가능 여부는 해당 강의실 앞에 가면 입장 가능/불가 팻말이 붙어 있어서 그걸 보고 알 수도 있고, 현장에 가지 않고도 FOSDEM 앱을 통해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현장에서 듣고 싶은 강연의 정원이 일찍 찰 것 같다면 최대한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해당 강연은 포기하고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른 방에 들어가 그 방에서 진행하는 강연을 들었는데, "오픈소스의 세계가 이만큼 넓었구나"라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어 오히려 좋았습니다.
FOSDEM에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세운 부스가 곳곳에 있습니다. 오픈소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역으로 오픈소스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기업,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역 커뮤니티 등 수많은 단체에서 이곳 벨기에까지 찾아와 적극적으로 오픈소스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람이 하도 많은 터라 부스 구경은 쉽지 않았습니다. 맨 앞에서 부스의 컨텐츠를 체험하는 사람, 그 뒤에서 구경하는 사람, 또 그 뒤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겹쳐서 거의 통로를 막는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각 층에 어떤 강의실이 있는지, 화장실이 몇 층에 있는지,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는 어느 쪽으로 가야 나오는지 등이 곳곳에 잘 나와 있어서 길을 찾기 편했습니다. 차기 FOSS for All Conference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해외에 나가면 가장 헷갈리는 것이 분리수거인데, FOSDEM 주최측에서 행사장 구내의 쓰레기통마다 영어로 설명을 덧붙여 놓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분위기
저는 벨기에로 떠나기 전에 "FOSDEM은 동양(구체적으로는 동아시아/동남아시아/남아시아) 사람들이 10%도 안 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행사장에 와 보니 2%도 채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서로 인종은 달라도 모두 오픈소스 마인드, geek 마인드를 무장하고 있어 공통 대화 주제를 찾기도 상대적으로 쉽고, 먼저 말을 걸어도 어색해지지 않도록 서로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서로 놀자고 모인 행사이다 보니 다양한 재밌는 요소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운이 좋다면 마스코트가 행사장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내의 기존 포스터 게시판 위에 종이를 덧붙여 행사 관련 홍보를 할 수 있게 한 점은 COSCUP과 유사했으나, 포스터의 내용이 조금 더 geek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행사 첫 날 저녁에 비공식적으로 해커스페이스 HSBXL(지도)에서 뒷풀이가 열리기도 합니다. 행사 정보는 앞서 설명한 포스터 게시판을 통해 알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낑기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으신다면 일찍 가셔서 오후 10시 즈음에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그 때쯤 다른 곳에서 단체 저녁식사를 마친 커뮤니티들이 2차로 이 해커스페이스로 몰려오기 때문이죠.
마치며
(한국에서) 벨기에는 참으로 멀고도 먼 곳입니다. 저도 혼자서는 갈 엄두도 못 냈지만, FOSS for All 회원 분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동참 덕분에 5박 6일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가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얻어오는 것도 많은 FOSDEM, 여러분도 FOSS for All과 함께 가시면 어떨까요? FOSS for All은 말 그대로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